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97만6000개로 한 해 전보다 다소 줄었지만, 그 직전인 2024년에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은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고 답했다. 폐업, 퇴직, 번아웃, 그리고 AI 전환이 겹치면서 마음 건강 문제가 개인의 감정 관리 차원을 넘어 생계와 직업 전환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폐업은 줄었지만, 무너지는 업종은 그대로였다
지난달 3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국세청 통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폐업은 97만6000개로 전년(100만8000개)보다 3만2000개 줄었고 폐업률도 8.64%로 0.40%포인트 낮아졌다. 수치만 보면 최악의 국면은 지난 듯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조업·도매업·소매업·음식업·숙박업·서비스업 등 소상공인이 몰린 6대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폐업 사유 중 사업 부진의 비중은 2023년 48.9%, 2024년 50.2%, 2025년 50.4%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 정리한 폐업이 아니라 버티지 못해 문을 닫는 비자발적 폐업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마음의 위기, 열 명 중 일곱 명이 겪었다
마음 건강 문제의 폭도 함께 넓어지고 있다. 2024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73.6%로, 2022년의 63.9%보다 9.7%포인트 늘었다. 특히 심각한 스트레스 경험은 36.0%에서 46.3%로,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은 30.0%에서 40.2%로 증가했다. 마음의 어려움이 특정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여기에 AI 전환이라는 변수가 더해진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생성형 AI가 대부분의 일자리를 곧바로 대체하기보다는 직무의 수행 방식과 필요한 역량을 바꾸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자리가 사라진다기보다, 일하는 방식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흔들림은 언제나 "내가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마음의 불안을 동반한다.
폐업 이후가 더 문제다
폐업, 퇴직, 번아웃, AI 전환은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사람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중기부가 폐업 소상공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는 이 지점을 정확히 드러낸다. 폐업을 결심한 이유로는 70.9%가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을 꼽았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폐업 이후다. 폐업 후 겪는 어려움으로 응답자들은 '가계 생계비 부족'(40.5%)에 이어 '채무로 인한 경제활동 곤란'(22.1%), '향후 경제활동 대안 부재'(19.4%)를 들었고, '사업 실패에 대한 정신적 고통'(7.8%)도 뒤를 이었다. 폐업의 고통이 단순한 경제적 손실에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방향 상실과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상담·컨설팅 현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반복된다. 폐업을 앞둔 소상공인은 매출 감소와 채무 문제만으로 힘들어하지 않는다.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가", "가족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더 깊은 불안을 경험한다. 퇴직을 앞둔 직장인도 직장을 그만두는 문제보다, 직장 밖에서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직장 내 정신건강을 설명하면서 실업, 고용 불안, 재정 불안, 최근의 실직 경험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마음 건강을 개인 내부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음 회복은 '삶의 재설계'와 연결돼야 한다
따라서 마음 건강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거나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는 조언만으로는 부족하다. 폐업자에게는 손실을 정리할 제도 정보가, 퇴직자에게는 직업 전환 계획이, AI 전환 앞에 선 사람에게는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학습 구조가 필요하다. 마음 회복은 감정 위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과 연결돼야 한다.
위기에 놓인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한 덩어리로 느끼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정 문제, 생계 문제, 관계 문제, 진로 문제가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위로보다 문제를 나누어 보는 작업이다.
지금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세 가지 질문
마음이 무너졌다고 느낄 때 확인해야 할 질문은 세 가지다.
1. 지금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감정인가, 돈인가, 관계인가, 방향인가.
2. 내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외부 도움이 필요한 문제를 구분하고 있는가.
3.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인가, 정보인가, 상담인가, 직업 전환 계획인가.
마음 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폐업의 증가와 감소, 직장인의 번아웃, 퇴직 준비, AI 전환은 모두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사회가 빠르게 바뀔수록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구조다.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정확히 보고, 무너진 삶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다.
다시연타임즈는 '재출발 심리학' 연재를 통해 폐업, 퇴직, 번아웃, AI 전환 시대에 필요한 마음 회복과 현실적 준비를 함께 다룰 예정이다.
자료 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폐업자 통계분석 및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2026.6.30) / 보건복지부·국립정신건강센터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 국제노동기구(ILO)·세계보건기구(WHO) 관련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