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돌아가는데 은행에서 거절당한 적이 있는가. 8월 말부터 사업자대출 심사 방식이 하나 늘었다. 담보나 신용점수 대신 장사의 앞날을 보겠다는 평가다.

8월 31일부터 8개 은행이 새 잣대를 같이 쓴다

2026년 8월 31일부터 8개 은행의 사업자대출 심사에 새 잣대가 하나 붙었다.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영문 약자로 SCB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기업·농협·부산·신한·우리·제주·하나 은행이 적용을 시작했다. 은행이 보던 신용점수와 담보 외에 장사가 앞으로 얼마나 들지를 따로 매기는 잣대다.

사장이 할 일은 따로 없다. 금융위의 도입방안에는 소상공인이 이 평가를 받겠다고 신청하는 절차 자체가 없다. 참여 은행에 사업자대출을 신청하면 그 심사 과정에서 활용되는 구조다.

지난해 사업자대출 10건 중 1건만 신용으로 나갔다

이 제도가 나온 배경은 숫자 하나로 설명된다. 신용정보원 집계를 보면 2025년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신용만으로 나간 것은 9.6%였다. 열 건 중 한 건꼴이다. 나머지는 부동산을 잡히거나 보증기관을 끼고 받았다.

장사가 잘되더라도 잡힐 것이 없으면 문이 닫혔다는 뜻이다. SCB는 그 좁은 문을 조금 넓혀보자는 시도다.

AI가 보는 자료는 이미 정해져 있다

금융위 도입방안은 평가에 쓰이는 자료를 명시해 두었다. 핵심 항목은 일곱 가지다.

  1. 매출 상세분석
  2. 상권 상세분석
  3. 사업 지속성
  4. 사업 업력
  5. 근로자 수
  6. 고객 인지도 및 수요
  7. 유통플랫폼 성장지수

이 밖에 업종 트렌드, 온라인 플랫폼 정보, 세금정보, 지적재산권·인증 보유 여부도 들어간다. 평가 모형은 신용정보원이 나이스평가정보와 함께 만들었다.

항목을 보고 대책을 세우기엔 이르다. 각 항목을 어떻게 계산해 등급으로 바꾸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 분명한 것은 사업자등록증과 몇 번의 거래 기록뿐이었던 자료가 이만큼 넓어졌다는 사실이다.

등급은 열 칸인데 설명된 것은 위 두 칸뿐이다

평가 결과는 성장등급으로 나온다. 위에서부터 우수(S1·S2), 양호(S3·S4), 보통(S5·S6)이다. 그 아래로 미흡(S7~S9)과 취약(S10)이 있다. 모두 열 칸이다.

공개된 설명은 위쪽에 집중돼 있다. 상위 등급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올라간다. 대출 승인·한도 확대·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고 도입방안에 적혀 있다.

그런데 아래쪽 칸에 대한 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흡이나 취약 등급이 나오면 기존 심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발표 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영향이 없다는 설명도 없다. 사장이 자기 등급을 미리 볼 수 있는 경로도 확인되지 않았다.

은행마다 다르게 쓰고 있다

같은 제도지만 은행별로 활용 방식이 갈린다는 보도가 있다. 어느 곳은 기존 등급을 한 칸 올려 승인에 쓰고, 어느 곳은 한도를 늘리는 데만 보조적으로 쓴다. 은행권에서는 SCB가 기존 심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 지표라는 설명이 나온다.

금융위는 연말까지 16개 은행으로 늘려 2조2천억원 규모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금액은 새로 풀리는 돈이 아니라 이 평가를 적용해 보겠다는 목표치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이 하반기에 합류할 예정이다.

금융위가 9월 2일 현장간담회에서 소개한 초기 사례도 있다. 커피전문점이 7등급에서 6등급으로 올라가 승인됐다. 도소매업은 한도가 3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늘었다. 다만 이건 시범운영 초기에 당국이 제시한 사례이고, 신청하면 보통 이렇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은 질문 한 줄이다

사업자대출을 상담할 일이 있다면 두 가지를 확인하면 된다.

  1. 거래하는 은행이 시범운영 8개 은행(국민·기업·농협·부산·신한·우리·제주·하나)에 들어가는지
  2. 창구에서 "이 상품에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가 적용되나요"라고 직접 물어보기

은행별로 어떤 상품에 적용하는지, 서류가 더 필요한지는 공개된 자료에 정리돼 있지 않다. 창구에서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

평가 기준은 바뀌었는데 평가받는 사람이 그 기준을 모른다면, 문이 열렸는지 본인은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이 문은 지금 장사가 돌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열린 문이다. 이미 영업을 멈췄거나 연체가 길어진 사람에게 이 평가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공개된 설명이 없다. 거기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자료 출처

  • 금융위원회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체계(SCB) 도입방안」 2026-04-09 — 비금융 평가항목, 성장등급 10단계(S1~S10), 모형 개발 기관(신용정보원·나이스평가정보), 개인사업자 대출 유형별 비중(담보 79.8%·보증 및 기타 10.6%·신용 9.6%, 2025년 신용정보원 기준), 상위 등급 혜택. 본지 2026-09-06 원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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