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접기로 한 사장이 정리 목록을 적는다. 임대료와 권리금, 세금, 대출이 먼저 올라간다. 직원 퇴직금은 대개 아래쪽에 적힌다. 남는 돈으로 마지막에 맞추려는 것이다.

2026년 9월 18일부터 이 순서가 위험해진다. 퇴직급여를 주지 않은 사업주의 법정형이 그날 오른다. 법정형은 법이 정해 둔 처벌의 상한을 말한다. 지금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그날부터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된다. 임금 체불도 10월 8일부터 같은 수준이 된다.

퇴직금 날짜는 폐업과 상관없이 움직인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 안내를 보면 퇴직급여는 지급 사유가 생긴 날부터 14일 안에 주는 것이 원칙이다. 가게 문을 닫든 닫지 않든 이 날짜는 그대로 간다. 임대료나 대출은 상대와 다시 이야기할 여지가 있지만 이 항목은 다르다.

대상도 정해져 있다. 계속 근로한 기간이 1년 이상이고, 4주를 평균해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직원이다. 두 조건을 모두 채운 직원이 퇴직급여를 받는다. 직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빠지는 것은 아니다. 내 가게의 개별 사정은 고용노동부 상담 1350으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퇴직금 미지급은 민사가 아니라 형사다

갚지 못한 빚과는 성격이 다르다. 퇴직급여를 주지 않으면 벌칙 조항이 걸린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다. 9월 18일에 무거워지는 것이 이 조항이다.

직원과 합의하면 공소 제기에 영향을 주는 장치는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검사가 기소하지 못한다. 다만 명단이 공개된 체불 사업주는 이 장치에서 빠진다. 합의가 곧 면책은 아니라는 뜻이다. 개별 사건의 형사 책임은 기사 한 줄로 판단할 수 없으니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국가가 먼저 줘도 사장의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

체불이 생기면 국가가 직원에게 임금과 퇴직급여의 일부를 먼저 주는 제도가 있다. 대지급금이다. 사업장이 문을 닫지 않아도 신청할 수 있는 간이대지급금은 총 1,000만원까지다.

이 돈이 나갔다고 사장의 책임이 끝나지는 않는다. 받을 사람이 직원에서 국가로 바뀔 뿐이다. 2026년 5월 12일부터는 국가가 대신 준 돈을 국세 체납처분 절차로 걷는다. 세금을 내지 않았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회수한다는 뜻이다.

법이 열어 둔 길은 두 개다

첫째는 날짜를 미루는 길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가 합의해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요점은 순서다. 기한이 지난 뒤에 사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한이 오기 전에 말하는 것이다. 합의한 날짜와 금액은 기록으로 남긴다. 다만 그 합의가 형사 책임까지 막아 주는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 서면 요건과 양식도 이번 취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둘째는 구조를 바꾸는 길이다. 이번 처벌 강화의 근거인 2026년 3월 17일 개정은 처벌만 담지 않았다. 같은 개정으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인 푸른씨앗의 가입 문이 넓어졌다. 2026년 7월부터 50인 미만, 2027년 1월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이 들어올 수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가입 가능 여부부터 확인해 볼 수 있다. 신청 절차와 지원 조건은 푸른씨앗 누리집과 근로복지공단에서 확인한다.

오늘 할 일은 달력 첫 줄에 날짜를 적는 것이다

폐업이나 인력 축소를 생각하고 있다면 오늘 할 일은 하나다. 직원의 예상 퇴직일과 그로부터 14일 뒤를 달력 첫 줄에 적는다. 그다음 그날까지 마련할 수 있는 돈을 계산한다.

계산이 모자라면 합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매번 모자란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둘 다 기한이 지나기 전에 해야 효력이 있다.

취재 과정에서 본 소상공인 공개 게시물에는 폐업 뒤 분할 지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례가 있었다. 형사와 민사가 함께 진행된 사례도 있었다. 작성자 신원은 확인할 수 없으므로 개인 사례가 아니라 반복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로만 본다. 다만 두 글에 공통으로 나오는 대목은 하나다. 대화를 시작한 시점이 모두 기한이 지난 뒤였다.

폐업 정리에서 퇴직금은 마지막에 남는 잔액이 아니라 날짜가 먼저 정해진 비용이다.

돈이 없어 기한을 못 지키는 사장에게 형량 이야기만 하는 것으로는 체불이 줄지 않는다. 처벌 조항과 가입 문을 함께 손본 이번 개정이 그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폐업을 상담하는 창구는 사장에게 정리 목록의 첫 줄을 무엇으로 적으라고 안내하고 있는가.

자료 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년 9월 시행 제도 안내, 2026-09-01
  •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법률 제21475호 개정 이력(2026-03-17 공포, 제43·44조는 공포 후 6개월 시행), https://www.law.go.kr/LSW/lsRvsDocListP.do?lsId=009883&chrClsCd=010202&lsRvsGubun=all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퇴직급여제도」 지급기한·지급요건·벌칙·반의사불벌,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999&ccfNo=3&cciNo=2&cnpClsNo=1, 2026-09-09 확인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임금채권 보장제도」 대지급금 상한,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1694&ccfNo=3&cciNo=3&cnpClsNo=1, 2026-09-09 확인
  • 고용노동부, 대지급금 지급범위 확대·사업주 회수 절차 개편 보도자료, 2026-05-12,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9371
  • 고용노동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 가입 대상 확대 보도자료, 2026-03-25
  •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푸른씨앗) 누리집 제도 소개, https://m.greenseedfund.funetf.co.kr/seed/public/intro/retirement, 2026-09-09 확인
  • 본문 내용은 2026년 9월 9일 확인 기준이다.